털이 많은 게 문제가 되나요?

일반적으로 여성은 난소에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되고, 남성은 고환에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됩니다. 소량이지만 여성에서도 ‘안드로겐’이라는 남성 호르몬이 생성되는데요. 안드로겐은 체모를 자라게 하고, 근육량과 체지방 조절 등의 역할을 합니다.

여성과 남성 호르몬은 어느 한 쪽이라도 많아지거나 적어지지 않도록 서로 균형을 유지하는데, 안드로겐이 유독 많은 여성들은 털이 많을 수 있습니다.

털은 호르몬, 유전, 영양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털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여성들에 비해 팔과 다리, 인중, 복부 등에 털이 많을 뿐만 아니라 생리 불순이라는 이상 증상까지 있다면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뭔가요?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난소에 정상보다 많은 난포가 존재하는 질환입니다. 지금 혹시 ‘난포가 많으면 좋은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셨나요? 적은 것보단 좋겠지만,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정상적인 난소는 생리 주기에 맞춰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난포 자극 호르몬(FSH)’의 영향으로 배란 가능성이 있는 작은 난포 여러 개를 모집하고, 난포 하나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발달시켜 배란되게 합니다. 나머지 작은 난포들은 자연스레 퇴화되어 사라지지요.

하지만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난포는 여러 개 생겼지만, 배란될 만큼 충분히 성숙되지 못하고 성장이 멈춘 상태입니다. 난포가 성숙되지 못하니 당연히 배란이 안 되고, 배란이 안 되다 보니 생리를 하지 못해서 두꺼워진 자궁내막이 다시 얇아지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자궁내막증식증, 자궁내막암의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어 꼭 주의가 필요합니다.

호르몬 때문에 발생하는 건가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과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호르몬 불균형’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 비만, 생리 불순 같은 증상들이 동반될 수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증상이 생기진 않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호르몬이 불균형해지면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 분비량이 늘어나 털이 많아지고, 여드름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배란도 역시 제대로 되지 않아 생리가 불규칙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인슐린 저항성이 흔히 발생하는데, 인슐린은 몸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입니다. 체내 인슐린 분비량이 증가하면 혈당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당뇨와 비만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완치 되나요?

안타깝게도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완치가 어려워 고혈압과 당뇨처럼 장기간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때 치료 목적에 따라 관리 방법이 달라집니다.

임신 계획이 없는 경우 경구용 피임약을 주기적으로 복용하며 불규칙한 생리 주기를 개선합니다. 이를 통해 자궁내막증 발병 위험성도 낮출 수 있죠. 장기간의 피임약 복용이 난임을 유발하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임신 계획이 있다면 배란을 유도하는 치료가 진행됩니다. 주치의와의 상담과 추적 관찰 하에 경구 복용 배란 유도제(클로미펜)나 주사제를 사용해 배란을 유도한 뒤 임신을 시도하게 됩니다.

과체중이나 비만인 여성은 일차적으로 체중을 감량해야 합니다. 비만과 관련된 여성 질환은 오른쪽 영상에서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향후 당뇨병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혈액 검사 상 당뇨 위험성이 보이는 경우 미리 식이요법을 진행해 제2형 당뇨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