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차병원보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SCI(Science Citation Index)급 학술지에 게재된 우수 논문 중 연구실적과 논문 인용 지수, 연구 기여도 등을 폭넓게 고려해 엄선한 논문을 매달 한 건씩 소개합니다. 이달에 소개할 논문은 2025년 3월 24일 ‘Advanced Science’에 게재된 분당차병원 정형외과 이순철 교수팀의 ‘Development of MDM2-Targeting PROTAC for Advancing Bone Regeneration(IF: 14.3)’입니다
약해진 뼈가 다시 튼튼해질 수는 없을까?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 뼈를 다시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최근 국내 연구팀이 뼈 재생을 촉진하는 획기적인 신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 핵심은 PROTAC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이용해 뼈 형성을 가로막는 단백질(MDM2)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연구진이 만든 신약 후보 물질 CL144은 세포와 동물 실험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뛰어난 골 재생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했을까요?
PROTAC(단백질을 제거하는 혁신 기술)을 재생의학에 적용하다
PROTAC은 Proteolysis-Targeting Chimera의 약자로, 특정 단백질을 세포 내에서 선택적으로 분해시키는 신약 개발 기술입니다. 기존 약물들이 주로 표적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데 그쳤다면, PROTAC은 아예 표적 단백질을 프로테아좀이라 불리는 세포 내 분해시스템에 보내 없애는 방식이죠. 마치 불필요한 단백질에 “삭제” 명령을 내리는 일종의 맞춤형 청소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PROTAC 분자에는 두 가지 결합부위가 있는데, 한쪽은 제거하려는 표적 단백질에 붙고 다른 한쪽은 분해 효소(E3 리가아제)에 붙어서 두 단백질을 연결합니다. 그 결과 표적 단백질에 유비퀴틴이라는 분해 표지가 달리고, 이것은 프로테아좀에 의해 분해됩니다.
PROTAC 기술은 기존 약물로 조절이 어려운 단백질도 표적화할 수 있어 최근 혁신적인 치료 전략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난치성 암 등 질병 치료에만 연구되고 있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처음으로 재생의학 분야에 PROTAC을 적용하여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MDM2와 뼈 재생: 왜 표적이 되었을까?
이순철 교수팀 연구에서 표적으로 삼은 MDM2는 원래 세포 내에서 p53이라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p53은 흔히 “유전자 수호자”로 불리는 중요한 단백질로, 세포의 손상 복구와 분화 조절 등에 관여합니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에서 MDM2?p53 신호 경로가 뼈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즉 MDM2는 뼈 만드는 세포의 분화를 가로막는 인자로, MDM2가 많으면 p53을 빠르게 분해하여 뼈 생성에 필요한 신호가 줄어들게 됩니다.
기존에도 Nutlin-3이라는 MDM2 억제제가 p53 활성을 높여 뼈 형성을 유도할 수 있음이 보고되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p53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면 세포는 다시 MDM2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음성 피드백이 작동해, 약물의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것입니다.
세포 및 동물 실험에서 확인된 뼈 형성 효과
연구팀은 먼저 사람 줄기세포를 이용한 골 형성 유도실험을 통해 연구팀이 개발한 MDM2 표적 PROTAC(CL144)의 효과를 관찰했습니다. 세포에 CL144를 처리하자 MDM2 단백질이 크게 감소했고, 세포 내 뼈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즉 뼈 분화 마커인 콜라겐, 골형제(오스테오칼신) 등이 기존의 MDM2 억제제(Nutlin-3)를 쓴 경우보다 높게 발현된 것입니다.
이런 유전자 발현 변화는 세포가 실제로 뼈 조직 성분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시험관 내 무기질화(미네랄 침착) 실험에서, CL144 처리 세포는 대조군에 비해 훨씬 많은 칼슘 등의 뼈 성분을 축적하여 눈에 띄는 결정(뼈 조직) 형성을 보였습니다. 즉, CL144가 뼈 생성 세포의 분화와 활성을 강력히 촉진한다는 것을 세포 수준에서 입증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세포 실험에서의 유망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동물 모델에서 CL144의 효능을 검증했습니다. 동물 실험은 뼈 이식 모델과 골다공증 모델, 두 가지 방향으로 이뤄졌습니다. 뼈 이식 모델에서는 실험 동물의 골조직에 결손을 만든 뒤 그 부위에 CL144를 국소 투여, 새로운 뼈가 차오르는지를 보았습니다. 골다공증 모델에서는 난소를 절제해 골다공증이 유도된 쥐에 CL144를 전신 투여해 뼈 손실이 회복되는지를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두 모델 모두에서 뚜렷한 골 재생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기존 치료법과의 무엇이 다를까?
현재 골다공증 등 골 소실 질환의 치료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집니다. 하나는 뼈의 분해를 막는 것(항흡수제)이고, 다른 하나는 뼈 생성을 촉진하는 것(골형성제)입니다.
알렌드로네이트를 비롯한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약물은 뼈를 분해하는 세포(파골세포)를 억제함으로써 골 손실을 막아주는 약물입니다. 반면, 테리파라타이드 등의 일부 골형성 촉진제는 뼈 만드는 세포를 자극하여 골량을 늘립니다. 이번에 개발된 MDM2 표적 PROTAC은 이러한 골형성제의 새로운 범주로 볼 수 있습니다.
CL144 PROTAC은 뼈 형성을 억제하는 MDM2를 직접 제거함으로써 기존 약물들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Nutlin-3 등 기존 MDM2 억제제와 비교하면, PROTAC 방식의 CL144는 세포의 보상 작용을 무력화하여 더 강력한 뼈 형성 유도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또한 현재 골다공증 치료의 표준인 알렌드로네이트와는 상호 보완적이며, 실제 동물 실험에서 두 약을 함께 썼을 때 골밀도 향상이 극대화되는 시너지를 확인한 점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앞으로의 전망: 골다공증 치료의 새 희망
이번 연구는 ‘PROTAC기술을 이용한 뼈 재생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준 첫 사례로서 의미가 큽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CL144는 세포와 동물 수준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뛰어난 골 재생 효과를 입증하였고, 기존 약물과 병용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물론 아직 임상 전이므로 사람에게서 안전하고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표적단백질 분해기술(PROTAC)을 이용해 질병 치료를 넘어 조직 재생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향후 골다공증은 물론 다른 퇴행성 질환 치료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합니다. 뼈가 부러졌을 때나 골다공증으로 고생할 때, 원하는 부위에 필요한 단백질만 딱 제거하여 뼈 성장을 돕는 맞춤형 약물이 실용화된다면, 보다 효과적이고 부작용 적은 치료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번 MDM2-표적 PROTAC 연구가 골다공증 치료의 새 희망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