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차병원보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SCI(Science Citation Index)급 학술지에 게재된 우수 논문 중 연구실적과 논문 인용 지수, 연구 기여도 등을 폭넓게 고려해 엄선한 논문을 매달 한 건씩 소개합니다. 이달에 소개할 논문은 2024년 2월 국제 학술지
에 실린 이기영 교수팀의 논문 ‘발암 KRAS 단백질의 신호전달 복합체 형성 기전(IF; 16.6)’입니다.
발암 KRAS 복합체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 개발 필요성
세포막 성분의 일종인 RAS계열 단백질은 세포외부 성장인자를 감지한 후 세포 내 다양한 신호전달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데 중요한 ‘Hub 단백질’로 KRAS, HRAS, NRAS을 포함한다. 이 중에서 KRAS 돌연변이는 모든 인간 암의 1/4을 유발할 수 있고, 암 유형에 따라 췌장암의 ~90%, 대장암의 ~40%, 폐암의 ~35%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의학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발암 KRAS 변이체는 약물과 강하게 결합할 수 있는 Pocket 부위가 존재하지 않아 ‘약물의 표적이 되지 않는 타겟’(Undruggable target)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림1. 암 유형별 KRAS 돌연변이(좌) 및 발암 잔기 돌연변이의 빈도(우)
그런데, 최근 들어 세포막에 결합된 KRAS단백질의 이량체 형성 및 이를 모체로 촉진되는 자기조립(Self-Assembly)이 세포 내 발암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하는데 필수적인 메커니즘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이는 KRAS 단량체의 잔기 돌연변이 발생만으로는 KRAS가 매개하는 발암 과정을 설명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인간 암 연구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발암 KRAS 단백질의 신호전달 복합체 구조 및 기전 연구
이에 본 연구팀은 다양한 크기의 나노디스크 플랫폼과 상자성 NMR 연구기법을 융합하여 KRAS 다량체 구조 및 기전을 연구했다. Wild-type KRAS는 ‘α/α’ 결합부위를 통해 이량체로 형성된 이후 ‘α/β’ 결합이 촉진되는 순차적 자기조립 기전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KRAS-G12X 변이체가 이 두 가지 결합이 상호 협력적으로 발생하여 다량체 형성을 촉진하는 구조적 기전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결합부위 간 협력은 KRAS 핵산결합과 지질조성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또한 결합부위에 특이적인 변이체를 제작하여 자기조립에 관여하는 다양한 중간 복합체들을 묶어두고(trap) 복합체 형성 후 선호되는 결합양상을 살펴, KRAS 자기조립 기전을 심층적으로 규명할 수 있었다.
실시간(Real-time) NMR 기법을 통해서는 단량체 또는 막과 결합하지 않은 상태에 비해 KRAS 다량체는 GTP와 결합된 활성형 KRAS를 오랫동안 보유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는 KRAS 다량체 형성이 촉진될수록 KRAS 매개 발암 신호전달이 강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림 2. 연구팀은 나노디스크 플랫폼을 통해 발암 KRAS 단백질의 신호전달 자기조립 과정 및 GTPase 활성 변화를 규명했다.
본 연구에서 제안한 나노디스크 기반 분석플랫폼은 다양한 생리학적 환경에서 심층적으로 KRAS 복합체를 연구할 수 있는 방법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또 이러한 나노디스크 플랫폼을 통해 KRAS 복합체 매개 발암신호전달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의 KRAS 저해제 발굴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약학적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