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차병원보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SCI(Science Citation Index)급 학술지에 게재된 우수 논문 중 연구실적과 논문 인용 지수, 연구 기여도 등을 폭넓게 고려해 엄선한 논문을 매달 한 건씩 소개합니다. 이달에 소개할 논문은 2025년 8월 국제 학술지 에 실린 이동율 교수팀의 논문 ‘노화성 근감소증 치료연구를 위한 인간 만능세포 기반 골격근 오가노이드 모델(IF:9.1)’입니다.
신경계와 연계된 ‘골격근 오가노이드 모델’을 만들다
‘골격근 오가노이드’는 인간 만능세포(배아줄기세포와 체세포복제줄기세포)를 3차원 배양 환경에서 골격근으로 분화시켜 형성한 구조로, 실제 인체의 근육 조직과 유사한 구조와 기능을 갖춘 작은 장기 모사체이다.
이번 연구가 놀라운 것은 분화과정에서 운동신경이 형성되고, 오가노이드 내에서 형성된 근섬유와 ‘신경근접합부(NMJ, neuromuscular junction)’를 통해 실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패치 클램프(patch-clamp: 개별 분리된 세포, 조직 섹션 또는 세포막 패치의 이온 전류를 연구하는데 사용되는 전기생리학의 기술)기법으로 신경 자극에 따른 근섬유의 전기적 반응을 측정했는데, 이때 오가노이드가 자발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는 오가노이드 내 운동신경이 아세틸콜린(ACh)을 분비하고, 이는 근섬유막의 수용체에 결합하여 탈분극 및 근수축을 유도하는 전형적인 흥분-수축 연계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정교한 오가노이드 제작 기술은 단순히 세포 배양 수준을 넘어, 실제 생체 내 신경-근육 상호작용을 구조적·기능적으로 동시에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높다. 연구진은 해당 기술에 대해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를 통해 연구의 독창성과 상용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근감소증 진행과정 재현한 뒤 남성호르몬으로 개선
사람의 근육은 나이가 들면서 염증 유발 물질이 점점 증가하고, 이에 따라 근육 재생을 담당하는 근육 줄기세포(위성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며 근육이 점차 위축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노화 과정을 모사하기 위해 성숙한 오가노이드에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TNF-α를 장기간 처리하였다. 그 결과, 노화된 근육 조직에서 나타나는 지속적인 염증 반응 즉 NF-κB경로가 만성적으로 활성화되었다. NF-κB 경로의 만성적 활성화는 오가노이드 모델에서 위성세포의 활성을 저해하고 근섬유를 위축시켜, 근감소증의 전형적인 병리적 특징을 충실히 구현하였다. 패치 클램프(patch-clamp)를 포함한 전기생리학적 분석 결과, 근섬유의 탈분극 반응 및 활동전위 발생 빈도가 감소하는 등 기능적 측면에서도 명백한 기능 저하가 관찰되었다.
하지만 이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하자, 위성세포의 이동성과 활성이 다시 회복되었고, 세포 분열 및 성장과 관련된 지표들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근섬유의 두께 역시 눈에 띄게 회복되어, 구조적·기능적 측면 모두에서 뚜렷한 치료 효과가 확인되었다.
이번 연구는 실제 사람의 근육 구조와 기능을 정밀하게 재현한 오가노이드 기반 모델을 통해, 노화로 인한 근감소증의 병태생리와 치료 가능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특히 남성호르몬 투여로 근섬유 회복 효과까지 확인하면서, 향후 근육질환 연구와 신약 개발의 판도를 바꿀 비임상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근육질환 치료 연구에 동물실험 대체 가능한 인체 모사 모델 제공
그 동안 근감소증 연구는 주로 동물실험에 의존해 왔지만, 인간과의 생리적 차이나 동물 희생에 대한 윤리적 문제 등 여러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사람의 줄기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보다 실제에 가까운 환경에서 근감소증을 연구할 수 있게 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왼쪽 상단) 인간의 골격근 구조 모식도 (근섬유/근육줄기세포, 운동신경, 신경부접합부 포함). (왼쪽 하단) 3차원으로 배양된 골격근 오가노이드를 이용하여 근감소증을 유도하고, 남성호르몬을 이용한 개선을 확인했다. (오른쪽) 3차원으로 배양된 인간 골격근 오가노이드에서 면역조직화학법을 통해 근육(붉은색)과 신경 조직(녹색)의 확인했다.
연구팀은 장기간 배양을 통해 성숙한 오가노이드에서 근육 섬유가 점차 성장했고, 근육을 감싸고 있는 막 바로 안쪽에 근육 줄기세포가 존재하는 등 실제 사람의 근육에서 볼 수 있는 구조가 재현된 것을 확인했다. 더불어 단일핵 전사체 분석과 면역조직학으로 근육 줄기세포·근세포·근섬유뿐 아니라 뼈·연부조직 세포와 운동신경·슈반세포·성상교세포 등 다양한 신경세포가 공존함을 밝혀냈다.
실제로 이번 논문은 골격근 오가노이드 기반의 비임상 연구 모델을 세계 최초로 정립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차의과학대학교 이동율 교수와 아주대 의대 약리학 교실 조중현 교수가 공동교신저자로, 차 의과학대학교 박성준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 2025; 9999:e70045
https://doi.org/10.1002/jcsm.7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