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중심으로 발전해온 정신장애 치료법이 최근엔 뇌 신경망 기능을 직접 변화시키는
뉴로모듈레이션(neuromodulation) 치료로까지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Stanford University)의 BSL(Brain Stimulation Lab)에서
연수하고 돌아온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방민지 교수는 이 연수경험을 통해
‘정신장애를 뇌신경망 관점에서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의 가능성을 찾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여기, 방민지 교수의 ‘해외연수기’를 소개합니다.
정신장애 생물학적 치료의 최신 트렌드 - 뉴로모듈레이션
정신장애의 생물학적 치료는1950년대 초 최초의 항정신병 약물인 클로르프로마진(chlorpromazine)이 사용되기 시작한 이후 약물치료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정신약물치료는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근거 기반 치료법 중 하나지만 실제 진료에서는 여러 약물을 충분히 사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치료 저항성 환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뇌 신경망의 기능을 직접 변화시키는 뉴로모듈레이션(neuromodulation)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요.
MS 트레이닝 중 동료들과 함께(맨 뒷줄 오른쪽이 방민지 교수)
대표적인 뉴로모듈레이션 치료인 반복적 경두개자기자극술(repetitive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rTMS)은 자기장을 이용하여 비침습적으로 특정 뇌 부위와 연결된 신경망의 기능을 조절하는 치료법입니다. 2008년 미국 FDA의 우울장애 치료 승인을 시작으로 현재는 우울장애, 강박장애, 금연 보조 치료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세타돌발자극(theta burst stimulation), 개인별 뇌영상을 이용한 정밀 표적화,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자극을 전달하는 고용량 가속 프로토콜 등으로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있습니다.
뉴로모듈레이션 연구와 임상적용 과정 경험을 위해
스탠포드 대학 BSL에서 연수
스탠포드대학교의 정신의학과 행동과학 연구동 모습
저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뉴로모듈레이션 연구와 임상 적용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자 2024년 9월부터 2026년 6월까지 미국 스탠포드 대학(Stanford University)의 BSL(Brain Stimulation Lab)에서 연수하였습니다.
BSL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뇌신경과학자인 Dr. Nolan Williams가 이끄는 연구실로, 뇌영상과 뇌자극 기술을 결합하여 정신장애의 신경생물학적 기전을 밝히고 이를 실제 치료 기술로 발전시키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성과가 치료 저항성 우울장애를 위한 SNT(Stanford Neuromodulation Therapy)입니다. SNT는 고용량의 세타돌발자극을 하루 10회씩 5일 동안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가속 치료법입니다. 특히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 fMRI)을 이용해 환자마다 우울장애와 관련된 뇌 신경망을 분석하고 개인별 치료 표적을 선정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기존 rTMS가 두피의 해부학적 지표를 기준으로 자극 위치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SNT는 개인의 실제 뇌 구조와 기능적 연결성을 이용하여 치료 표적을 정밀하게 설정합니다. 같은 진단을 받은 환자라도 서로 다른 뇌 신경망의 특성을 치료에 반영한다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의 접근이 제가 BSL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본 부분이었습니다.
임상에서 출발한 질문 - 연구로 검증-결과를 치료법 개선으로 연결
크리스마스 즈음 랩 연구원들과 함께(앞줄 맨 왼쪽이 방민지 교수)
연수 기간 저는 치료 저항성 우울장애 환자의 뇌 신경망 특성과 SNT 치료에 따른 변화를 연구하였습니다. 치료 전후의 안정상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resting-state fMRI)과 동적 인과모형(dynamic causal modeling)을 이용하여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 슬하 전대상피질(subgenual anterior cingulate cortex),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사이의 상호작용을 분석하였습니다.
우울장애의 증상 발생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뇌 영역들의 기능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신경망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고, 이러한 신경망의 특성과 치료에 따른 변화가 향후 보다 정밀한 치료 표적을 찾는 데 어떤 정보를 줄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임상에서 출발한 질문을 연구를 통해 검증하고, 그 결과를 다시 치료 기술의 개선으로 연결하는 BSL의 연구 방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귀국 후 뇌 신경망에 기반한 정밀치료 개념을 진료에 구현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연구원들과 함께한 피크닉. 맨 왼쪽이 방민지 교수
약 1년 10개월의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후에는 BSL에서 연구했던 개인별 뇌 신경망에 기반한 정밀 치료의 개념을 실제 진료에 구현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뉴로모듈레이션 클리닉에서는 고해상도 뇌 MRI를 이용해 개인별 치료 표적을 설정하고, 뉴로내비게이션(neuronavigation)을 통해 해당 위치에 정확하고 일관되게 자극을 전달하는 치료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량뇌파검사(qEEG), 심박변이도검사(HRV) 등의 객관적 평가를 임상 평가와 함께 활용하고, 뇌자극 치료를 약물치료와 정신치료 등 기존의 근거 기반 치료와 환자의 특성에 맞게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번 연수를 통해 얻은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한 분석 기법이나 치료 프로토콜 하나라기보다, 정신장애를 뇌 신경망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그 이해를 다시 개별 환자의 치료로 연결하는 방법이었습니다.
BSL에서 시작한 연구를 귀국 후 진료 현장에서도 이어가면서, 기존 치료만으로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뉴로모듈레이션 치료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연수 장소 :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BSL(Brain Stimulation Lab)
연수 기간 : 2024. 9. 1 ~ 2026. 6. 12
연구 분야 : 개인별 뇌 신경망 특성에 기반한 정신장애 뉴로모듈레이션 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