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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뱅킹은 이 기술 덕에 가능했다?
유리화 난자동결법

생식의학 관점에서 볼 때 남성에 비해 여성의 생체 시계는 조금 더 이른 변화를 맞이합니다.
특히 만 35세 전후 난소 기능이 저하되면서 난자의 질과 양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오늘은 전 세계 여성에게 가임력 보존의 길을 열어준 '유리화 난자동결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유리화 난자동결법, 가능성을 얼리는 기술

의학계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세계 최고령 아빠는 96세의 인도 남성이며, 의학적 도움 없이 자연임신에 성공한 최고령 엄마는 59세의 영국 여성입니다. 남녀의 가임력에 극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남성 역시 나이가 들면서 정자의 질 저하와 염색체 이상 위험을 겪지만, 여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나이의 영향을 적게 받습니다. 반면, 여성은 태아 시기에 일생 동안 사용할 난자를 모두 가지고 태어납니다. 출생 시 약 100만 개에 달하는 난자는 사춘기 이후 배란과 퇴화를 거치며 지속적으로 소실됩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한계를 보완하는 대안이 바로 '난자동결'입니다. 난소는 신체에서 가장 먼저 노화가 진행되는 장기이지만, 다행히 자궁은 노화가 더디게 진행됩니다. 따라서 세포의 유전적 건강도가 높은 연령일 때의 난자를 동결해두었다가 향후 필요할 때 임신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생식기술의 진화, '유리화 난자동결법'이 늦게 등장한 이유

현재 보조생식술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유리화 난자동결법'은 비교적 최근 등장한 기술입니다. 이 기술의 도입이 늦어진 이유는 난자 세포 자체의 동결 난이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입니다. 난자는 인체 세포 중 크기가 가장 커 수분 함량이 높습니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얼리면 세포 내 수분이 날카로운 얼음 결정을 형성해 세포 소기관을 손상시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냉동기를 이용해 2~3시간 동안 천천히 온도를 낮추는 '완만동결법'을 사용했으나, 난자의 생존율이 극히 낮았고 높은 비용과 복잡한 절차로 인해 임상 적용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전 세계 연구진이 세포 손상 없이 수분을 제어하는 방법을 고안했지만 확실한 대안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1998년 차병원은 동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급속동결' 방식에 독자적인 기술력을 더해 난자의 동결 및 해동에 성공했습니다.

고농도의 동결방지제를 사용해 난자 세포질 내 수분을 신속히 탈수시킨 뒤, 영하 196℃의 액체 질소에서 급속 냉각하여 난자를 얼음 결정이 없는 '액체 상태의 유리화(Vitrification)'로 만든 것이 결정적이었지요. 유리화 난자동결법은 해동 후 난자 생존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며, 세포 내 염색체 이상 발생률도 획기적으로 낮췄습니다.

연구 성과는 1998년 미국생식의학회 최우수 포스터상에 이어, 2000년 최우수 영상논문상을
수상하며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골드 그리드'와 '슬러시 질소', 냉각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들

차병원은 유리화 난자동결법에 또 하나의 기술을 더했는데 바로 '골드그리드(Gold Grid)'입니다. 차 여성의학연구소 난임의학연구실의 박은아 실장은 "골드그리드를 사용하면 열전도율과 냉각 속도가 극대화되어, 향후 난자를 융해했을 때의 생존율이 크게 향상된다"고 설명합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차병원은 냉각 효율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 '슬러시 질소'를 활용한 바 있습니다. 이는 액체질소 표면에 난자를 넣을 때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기포(단열 효과로 인해 냉각을 방해함)를 제거하는 기술입니다. 이는 가임력 보존의 성공률을 한층 더 끌어올린 점을 인정받아, 2005년 미국생식의학회 영상논문 분야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글로벌 표준 치료로 인정받은 대한민국 생식의학 기술

지금은 세계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지만 초기에는 많은 우려와 반대에 직면했습니다. 차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윤태기 원장은 "처음 학계에 연구를 발표했을 때는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며, "급속 동결 과정에서 난자의 세포질이 손상되어 향후 태어날 아기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비판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합니다.

그러나, 유리화 난자동결 기술은 높은 임신 성공률을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출생아의 건강 상태와 발달 과정에서도 선천성 기형이나 유전적 이상 등 세포질 손상에 따른 부작용이 없음을 통계적 데이터로 증명했습니다.

The ASRM removed the experimental label of egg freezing in 2012,
and this technique is now considered the standard of care.
미국생식의학회(ASRM)는 2012년 난자 동결의 ‘실험 단계’ 지정을 해제했으며,
현재 이 기술은 표준 치료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 산부인과 · 생식내분비학 교과서 『Yen & Jaffe’s Reproductive Endocrinology』





난자은행, 가임력 보존을 위한 최적의 선택지

난자은행은 난임 치료에서 신뢰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생물학적으로 난자의 질과 양이 우수한 만 35세 이전에 난자를 보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임상적 현실성과 비용 효율성을 고려할 때 만 37세 이전까지는 난자동결을 시행하는 것이 향후 임신 계획에 유리합니다. 가임력 검사 결과에 따라서는 연령과 관계없이 조기 동결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차병원의 '30난자은행' 역시 ‘30대부터 선제적으로 가임력 검사를 시행해 시기를 놓치지 않고 난자를 동결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난자은행은 사회적 변화로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는 여성뿐만 아니라, 의학적 요인으로 가임력 저하를 겪는 이들에게 의학적 대안을 제공합니다. 대표적으로 유전적 요인으로 조기 폐경 가능성이 있는 경우, 항암 치료나 방사선 투여로 난소 기능 상실이 우려되는 경우, 난소 종양 수술 등으로 인해 난소 조직 손상 및 기능 저하가 예상되는 경우, 난자동결을 통해 향후 임신 능력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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